새벽에도 불이 켜진 이유
오후 서너 시에 동대문 도매상가에 가본 사람은 당황해요. 건물 셔터가 내려져 있거든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동이나 홍대와는 딴판이죠. 그런데 밤 11시쯤 다시 가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건물마다 불이 환하게 켜지고, 캐리어와 카트를 끄는 사람들로 골목이 북적여요. 옷 가게 사장님이 제일 바쁜 시간이 한밤중이라니, 이상하게 느껴지죠.
손님이 여행자가 아니라 사장님이기 때문
동대문 도매상가는 원래 관광객을 위한 곳이 아니에요. 전국 각지에서 작은 옷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물건을 떼러 오는 곳이거든요. 지방 사장님은 낮에는 자기 가게를 지켜야 해요. 그래서 가게 문을 닫은 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밤새 동대문에서 다음 시즌 옷을 고르고 새벽 첫차로 다시 내려가요. 도매상가가 새벽까지 불을 켜두는 건, 손님들이 그 시간에만 올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여행자도 갈 수 있어요, 시간만 맞으면
일반 여행자도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 있어요. apm이나 맥스타일처럼 개인 손님에게도 파는 곳이 있거든요. 다만 도매 전용 건물은 소매 손님을 반기지 않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건물별 운영 시간과 소매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아요. 밤 10시부터 새벽 사이가 가장 활기찬 시간이라는 것만 기억해도 헛걸음을 줄일 수 있어요.
명동이 외국인을 위한 쇼핑가라면, 동대문은 전국 옷 가게 사장님들을 위한 도매 시장이에요. 새벽까지 켜진 불빛 하나에, 한국 옷 유통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담겨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