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귤을 사는데 아주머니가 말없이 한 줌을 더 얹어 줘요. 외국인 학생도 처음엔 "왜 공짜로 줘요?" 하고 물었어요. 한국 사람은 이럴 때 "정이지" 하고 웃어요.
정이 뭐예요? 왜 번역이 안 된대요?
정은 '좋아한다'와 조금 달라요. 자주 보고, 같이 먹고, 서로 신세를 지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마음이에요. 계산해서 주고받는 마음이 아니라서 한 단어로 옮기기 어렵대요. 사실 한국 사람도 정을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해요. 그래서 말 대신 덤을 보여 줘요. 식당에서 "이건 서비스예요" 하고 내주는 계란찜이나 음료수도 같은 마음이에요.
그런데 왜 '정 떨어진다'를 더 자주 써요?
정은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아요. 덤이 사라질 때 눈에 띄어요. 늘 한 줌 얹어 주던 가게가 어느 날 딱 맞게만 팔면 "정 떨어진다"고 해요. 정은 약속이 아니라서 문서로 남지 않아요. 그래서 기대가 깨질 때 비로소 말이 나와요. 한국은 같은 동네에서 오래 얼굴을 보며 사는 곳이 많았어요. 한 번 팔고 끝나는 사이가 아니니까, 덤은 "다음에도 봐요"라는 인사였던 거예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돼요?
단골 가게를 하나 만들어 보세요. 서너 번 가면 "또 왔네" 하며 덤을 주실 거예요. 이때 "더 깎아 주세요"라고 하면 덤이 흥정이 돼요. 대신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하고 받으세요. 다음에 작은 간식이나 인사로 돌려주면, 그게 바로 정을 쌓는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