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에 서면 유리문에 글이 빼곡히 적혀 있어요. 광고인가 싶어 가까이 가 보면 시랍니다. 외국인 학생이 "왜 여기에 시가 있어요?" 하고 물은 적이 있어요.
승강장에 도착하면
먼저 유리문이 보여요. 이 문은 스크린도어랍니다. 사람이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를 막으려고 설치했어요. 그런데 문이 생기고 나니 크고 투명한 면이 텅 비어 있었어요. 삭막해 보였지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 빈 유리에 시를 싣기로 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시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쓴 시를 많이 뽑았다는 거예요. 회사원도, 학생도, 할머니도 시를 써서 보내요. 지하철은 매일 많은 사람이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곳이잖아요. 그 짧은 시간에 글 한 편을 읽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안전을 위한 문이 사람 마음을 위한 게시판도 된 거예요.
열차가 들어올 때
시는 짧아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한두 편은 읽을 수 있어요. 한글 읽기 연습으로도 좋아요. 모르는 낱말은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번역 앱으로 찾아보세요. 시마다 쓴 사람의 이름도 적혀 있으니 같이 보면 재미있어요.
열차가 들어오면 문이 열리고 시도 둘로 갈라져요. 그때는 읽기를 멈추고 먼저 내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세요. 유리문에 기대거나 세게 밀지 않는 것도 잊지 마세요. 시가 바뀌는 때도 있으니, 다음에 같은 역에 가면 새 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