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이 한국 친구에게 "요즘 왜 기운이 없어?" 하고 물었어요. 친구는 "나 가을 타나 봐"라고 답했어요. 학생은 깜짝 놀랐어요. 가을이 버스도 아닌데 왜 탄다고 할까요?
9월, 바람이 달라질 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면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사람이 있어요. 이때 쓰는 '타다'는 버스를 타는 '타다'가 아니에요. '추위를 타다', '간지럼을 타다'에 나오는 '타다'와 같아요. 어떤 기운을 남보다 쉽게 느끼고 반응한다는 뜻이랍니다.
10월, 나뭇잎이 질 때
그럼 왜 '가을이 탄다'가 아니라 '가을을 탄다'일까요? 타는 쪽은 가을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이에요. 가을은 내가 느끼는 기운이고, 그래서 '을'이 붙어요. "내가 가을을 타요"가 맞는 말이에요.
한국은 계절이 뚜렷해서 날씨가 바뀔 때 몸과 마음이 같이 흔들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들 해요. 특히 가을은 해가 짧아지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때라서 쓸쓸함과 잘 어울려요.
11월, 겨울이 가까워질 때
이제 바로 써 볼 수 있어요.
- "요즘 가을 타나 봐요." (괜히 쓸쓸할 때)
- "저는 봄을 타요." (봄에 졸리고 마음이 들뜰 때)
- "추위를 많이 타요." (남보다 추위를 잘 느낄 때)
친구가 "가을 타네" 하고 말하면 놀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말이에요. 그럴 땐 "맞아요, 가을 타나 봐요" 하고 웃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