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주말, 지하철이 사람으로 꽉 찼어요. 내릴 문은 저 앞인데 길이 막혔어요. 외국인 학생이 "저기요" 하고 말했는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대요. 왜 그랬을까요?
세 말이 가리키는 곳이 달라요
"저기요"는 '저기'에 '요'가 붙은 말이에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 모르는 사이에서 처음 말을 걸 때 써요. 그런데 뒤에 부탁이 없으면 건조하게 들려요.
"여기요"는 '내가 여기 있어요'라는 뜻이에요. 식당이나 카페처럼 도움을 받는 자리에서 내 위치를 알리는 말이지요. 그래서 길에서 낯선 사람에게 "여기요!" 하면 사람을 부리는 것처럼 들려요.
"실례합니다"는 '예의를 잃었다'는 뜻의 한자말이에요. 내가 당신의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어 있어서 가장 정중해요.
단풍 구경 길에서
사진을 부탁할 때는 "저기요,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말해요. 말끝에 부탁을 붙이면 "저기요"도 차갑지 않아요.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실례합니다"보다 "내릴게요"나 "잠시만요"를 더 많이 써요. 몸을 밀면서 "저기요!" 하고 소리치면 화난 것처럼 들려요.
이것만 조심하세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부르거나, 멀어지는 뒷모습에 크게 외치면 말이 좋아도 무례하게 들려요. 먼저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낮추세요. 사람이 많은 가을일수록 작은 말투 하나가 분위기를 바꾼답니다.